28세 여자가 췌장 낭성 병변으로 전원되었습니다. 환자는 1년 전 급성 알코올 췌장염으로 입원 치료 받은 병력이 있었고, 당시 복부 CT에서 췌장 미부에 발견된 낭성 병변은 가성 낭종으로 진단하였습니다. 이후 환자는 금주하였고 복통 재발도 없었습니다. 추적 혈액검사에서도 아밀라아제, 리파아제 및 기타 혈액검사 소견은 정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추적 CT에서 췌장 미부 낭성 병변의 크기가 1년 동안 약 1cm에서 4cm으로 증가되었습니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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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급성 췌장염 진단 시(좌)와 1년 후 추적 복부 CT(우) |
● 질문: 이 환자의 감별 진단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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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환자는 췌장염 치료 이후 음주력이 없었고 증상도 없어 췌장염 진단 당시 동반된 낭성 병변은 가성 낭종 보다는 원발성 낭성 종양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나 가성 낭종과 원발성 낭성 종양의 감별이 어려우므로 정밀 검사를 위해 MRI나 EUS를 시행해 볼 수 있겠습니다. 본 예에서는 EUS를 시행하였고 췌장 미부에 경계가 뚜렷한 단발성의 낭성 병변이 관찰되었습니다. 낭내에는 다발성 격벽이나 벌집(honeycomb) 양상, 석회화 등은 관찰되지 않았으나 낭종 내부에 약 7mm 크기의 낭종 벽 결절(mural nodule)이 의심되어 감별진단 위해 동시에 내시경 초음파 유도하 세침흡입검사(EUS-FNA)를 시행하였습니다[그림 2]. 흡인된 낭액은 점액성으로 낭액 분석(cystic fluid analysis) 결과 CEA 381 ng/mL로 증가되었고, amylase 186 U/L, 세포 블럭 검사에서는 점액 상피(mucinous epithelium)가 일부 관찰되었으나 악성 세포는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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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췌장 낭성 병변과 낭종 벽 결절(화살표) 소견 |
● 질문: 이러한 경우 다음 치료를 어떻게 진행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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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영상과 EUS-FNA 결과에서 점액낭샘종(Mucinous cystadenoma)에 합당한 소견으로 판단됩니다. 악성세포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크기가 증가하고 있고 CEA가 높으며 낭종 벽 결절 등 악성 가능성을 시사하는 병변도 동반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근치적 절제를 계획하고 복강경하 췌미부 절제술을 시행하였습니다. 수술 후 조직검사에서 점액낭샘종으로 최종 진단되었고 악성변화는 관찰되지 않았습니다[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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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점액낭샘종의 병리 소견(좌측-저배율, 우측-고배율x100) |
● 해설: 췌장의 낭성 병변은 췌장염, 췌장의 외상이나 수술 후에 발생될 수 있는 염증성 낭성 병변인 가성 낭종(pseudocyst)이 가장 흔합니다. 낭성 종양은 췌장 전체 낭성 질환의 5~15%로 드문 질환이나 최근에는 건강 검진의 증가와 CT등 보급이 늘어나면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임상에서 가성 낭종과 낭성 종양을 방사선학적 검사로 명확히 감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본 증례 역시 처음 진단 시 임상적으로 췌장염에 의한 가성 낭종으로 생각되었으나 추적 검사에서 크기 증가로 인해 EUS-FNA 후 절제하여 점액낭샘종(mucinous cystic neoplasm, MCN)으로 최종 진단되었습니다.
점액낭샘종은 형태학상 macrocytic tumor로 주로 중년 여성에서 호발하고 90% 이상이 췌장 체부와 미부에서 발견됩니다. 피막으로 둘러싸여 있고 대부분 다방성이며, 다방성의 경우 보통 낭의 크기는 2cm 이상이며 개수는 6개 미만 으로 보고됩니다. 특히 낭샘암종(cystadenocarcinoma)의 경우 고형성분의 점유율이 높고 정도에 따라 주위조직으로의 침습 및 전이를 보이며, 낭종 테두리에 석회화 변화를 동반하는 빈도가 높습니다. 내시경 췌관조영술에서 주췌관과의 연결은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세포학적 검사는 뮤신이 염색되는 원주형 세포(mucin-producing columnar cell)나 악성의 특징소견을 약 70~75%에서 발견할 수 있어 진단에 유용합니다. 임상 증상은 대부분 미미하나 악성인 경우 빈도가 높아 통증이 67%, 체중감소 50%, 황달 25%, 종괴촉지 25% 등이 있습니다. 감별진단을 위한 영상 검사는 다양하나 최근에는 EUS를 이용한 세침 흡인 검사가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가성 낭종은 세포학적 검사에서 주로 염증성 괴사 조직이 관찰되며, 낭성 종양에서는 뮤신이 염색되는 원주형 상피세포나 글리코겐이 염색되는 입방형 상피세포가 흔히 관찰됩니다. 낭성 액체 내 아밀라제 수치는 상당히 중복이 되어 있으나 매우 높은 수치(>10,000 IU/L)는 가성 낭종을 먼저 의심하게 하며 낮은 수치의 아밀라제는 거의 모든 유형의 낭성 종양에서 보입니다. 낭성액 내의 CEA 농도 측정은 CA19-9 보다 감별진단에 유용한데, 특히 CEA 수치가 증가할수록(>192 ng/mL) 점액낭샘종의 진단에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를 보여줍니다. 최근에는 낭성 액체의 점도, leukocyte esterase치, 다양한 종양표지자(CA72-4, CA15-3, tissue proliferating antigen[TPA]) 농도 등이 감별하는데 유용한 것으로 일부 연구에서 보고되고 있습니다. 췌장의 비가성 낭성종양의 일차적 치료는 외과적 절제인데 점액낭샘종, 고형 유두상 상피성 종양, 선관내 유두상 점액성 종양은 악성화의 가능성이 있어 가능한 근치적 췌장절제술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들 종양이 원격 전이나 주위조직으로의 침윤이 있는 경우에서도 완전 절제 후 예후가 췌장의 다른 악성 병변에 비해 좋기 때문에 병변은 가능한 모두 절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본 증례에서처럼 췌장 미부에 국한된 경우 비장 등은 보존하면서 복강경하 원위부 췌장 절제술(distal pancreatectomy)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술 위험도가 높거나 고령의 환자인 경우 방사선학적 검사에서 장액 낭선종의 특징적 소견이 관찰되고, 낭종내액 세포검사에서 악성의 증거가 없고 낭종내액의 CEA 수치가 낮은 경우 추적관찰을 시도해 보거나, 최근에 시행되고 있는 에탄올이나 항암제를 이용한 낭종 제거술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