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8차 개정과 소화기관련 주요 변경내용
가톨릭의대 이종율
서론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orean Standard Classification of Diseases, KCD)는 의무기록자료 및 사망원인통계 등의 질병이환 및 사망자료를 그 성질의 유사성에 따라 체계적으로 유형화한 것으로, 모든 형태의 보건 및 인구동태의 기록에 기재되어 있는 질병 및 기타 보건 문제를 분류하는데 이용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최근 개정된 KCD는 8차 개정안으로 WHO가 권고한 국제질병분류(ICD-10)와 종양학국제질병분류(ICD-O-3)의 최신 변경 내용을 반영하였으며, 2020년 7월 1일 고시되어 2021년 1월 1일부터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KCD는 정확한 보건통계 작성과 이를 통한 다양한 의학 연구 및 보건 정책 수립·시행이 목적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 보험의 보상 범위를 결정하는 기준으로도 사용되고 있어 진단코드가 명확하지 않은 일부 질환의 경우 갈등의 소지가 있어 왔다. 이번 8차 개정에서는 그동안 혼란이 많았던 일부 종양의 행동양식 코드가 변경됨에 따라 이러한 갈등의 소지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된다.
본론
소화기계 질환의 진단은 조직 또는 세포학적 소견이 중요하며, 특히 악성과 양성 종양을 구분하는데 있어서는 병리 진단이 중요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진단은 내시경적 혹은 수술적 접근을 통해 얻은 병리 소견 판독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진단 기준이 되는 병리학적 소견에 대한 분류가 계속 바뀌고 또 동서양의 견해에 차이가 존재하고 병리 의사들간에도 조직 진단에 대한 판정기준이 조금씩 달라 진단코드 부여에 혼선이 있었다. 또한 병리 의사들이 진단 기준으로 삼는 WHO classification of Tumors에 기술된 분류 방식에서 이전 4판까지는 신생물의 행동양식에 관한 코드인 ICD-O-3의 병리 코드만 부여하고 ICD 코드를 부여하지 않아 임상 의사들이 진단을 부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으나, 2019년에 새로이 개정된 5판에서는 2010년에 발표된 4판과 다르게 각각의 소화기 병리 진단에 대해 ICD code를 부여하여 논란의 소지를 많이 줄여 놓았다. 소화기계 질환에서는 고도이형성/제자리 암종 (high grade dysplasia, carcinoma in situ), 신경내분비종양(neuroendocrine tumor), 위장관간질종양(gastrointestinal stromal tumor) 등에서 임상의사에 따라 동일한 병변에 대해 진단코드, 특히 행동양식코드(/0 양성, /1 경계성, /2 제자리, /3 악성)가 다르게 부여되어 혼선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KCD 8차 개정안에서는 ICD-10과 ICD-O-3을 반영하여 소화기종양의 행동양식 정의가 일부 변경되었다.
1. 신경내분비종양(Neuroendocrine tumor, NET)
이전에 발표된 병리학회 권고에서는 직장 신경내분비종양에 대해 1cm 미만이면서 G1이고 혈관침범이 없다면 행동양식코드 “/1”, 즉 경계성으로 분류하였으며, 이에 따라 많은 소화기내과 의사들은 C코드를 부여하지 않고 D37 코드를 부여해 왔다. 그러나 몇몇 연구들에 따르면 위험인자가 없는 1cm 미만의 신경내분비종양에서도 림프절 전이가 발견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즉, 크기가 작아도 전이 위험도가 없는 것은 아니고 이들에 대한 국소치료 후 재발하는 경우도 있음을 고려한다면 악성인 C코드로 분류할 수도 있어 논란이 있어 왔다. WHO에서는 크기 및 ki-67 index에 따라 예후가 다르다는 점은 인정해 왔으나 그럼에도 모든 NET에 대해 ICD-O 코드 “/3”을 부여해 왔으며, 이번 KCD-8에서는 이를 반영하여 모든 직장 신경내분비종양에 대해 행동약식코드를 “/3”으로 변경하여 C코드를 부여하였다.
췌장의 신경내분비종양은 크기와 세포 증식 능력, 혈관침범 등이 악성 진행에 중요한 요소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전 병리학회 권고안에서는 췌장에 국한된 종양으로써 혈관침범이 없고 크기가 2 cm 이하인 경우나 크기 (>2 cm) 또는 세포증식능력(2-10 mitosis/10HPF 또는 >2% Ki-67 index) 중 일부의 소견만 보이는 경우에 행동양식코드 “/1”을 부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제시하였다. 하지만 WHO classification 5판에서는 모든 기능성 췌장신경내분비종양에 대해 ICD-O 코드 “/3”을 부여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0.5cm 이하의 비기능성 췌장신경내분비종양에 대해서 췌장의 신경내분비 미세선종(pancreatic neuroendocrine microadenoma)로 명명하고 “/0”코드를 부여하였다. 따라서 KCD-8에서는 췌장의 비기능성 신경내분비 미세선종을 제외한 병변에 대해서는 C코드를 부여하도록 변경되었다.
2. 위장관간질종양(Gastrointestinal stromal tumor, GIST)
위장관 간질종양은 병리학적으로 양성이더라도 임상적으로 전이를 하거나 재발하는 등의 악성의 임상경과를 보일 수 있고, 악성으로 진단하더라도 양성의 임상 경과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병리학적 소견만으로 임상적인 경과를 예측 및 진단하기는 어렵다. 여러가지 조직학적 예후 인자 중 가장 중요한 인자는 종양의 크기와 유사분열 개수로, 이에 근거하여 임상적인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병리학적 진단 기준이 만들어졌고 대한병리학회에서도 이를 근거로 진단코드 부여에 대한 표준 지침 제안하였다. 그러나 조직학적 진단분류 자체가 코딩부여에 모호하고 제안된 진단분류에서 각 장기별 risk group에 대한 생물학적 행동양식이 복잡하여 일관성 있게 진단 코드가 발급되지 못하고 각 기관 임상의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여러 코드로 진단하는 문제가 있었다. WHO classification 5판에서는 원발부위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위장관 간질종양에 ICD-O 코드 “/3”를 부여했으며, KCD-8에서는 이를 반영하여 기존에 있던 행동양식코드 "/0", "/1”을 삭제하고 “/3” 코드로 통일하였다.
결론
우리나라에서 KCD는 정확한 보건통계 작성과 이를 통한 다양한 의학 연구 및 보건 정책 수립·시행이라는 본연의 목적 외에도 민간 보험의 보상을 결정하는 기준으로도 사용되고 있어 정확한 진단코드 부여가 특히 민감한 문제이다. KCD-8차 개정안에서는 신경내분비종양에 대해서 C코드를 부여하고, 예외적으로 0.5cm 이하의 비기능성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에 대해서만 D코드를 부여하도록 변경되었다. 위장관간질종양에 대해서도 모두 C코드를 부여하도록 변경되면서 그동안 진단코드 부여에서 생기던 혼란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