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레터
대한소화기학회 윤리법제위원회에서 보내는 의료윤리사례집(2023년 3호)
윤리법제위원회 이사 최기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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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대한소화기학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한소화기학회 윤리법제위원회에서는 "의료윤리사례집"을 통해 실제 진료·임상연구 중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윤리·법적인 상황에 대해 해당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질문과 답변 형식의 글을 준비하였습니다. 여러 회원님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 • 내시경 시술 전 출혈, 천공에 대한 설명 및 동의서를 받고 시술을 시행하였는데 우발증이 발생한 경우 의사의 책임 정도는 얼마나 되나요?
- 우발증 발생 시의 의사의 책임 여부는 설명의무 이행 여부와 별도로 과실 여부에 따라 판단됩니다.
- • 진료 중에 알게 된 미성년 환자의 중대한 진료 비밀을 직계 가족 보호자에게 알리는 것은 문제가 없나요?
- 환자 이외의 사람에게는 환자의 건강상태 등 환자 진료 정보를 제공해서는 안됩니다. 환자 본인의 승낙이 있거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밝혀야 할 경우, 평등권에 근거한 비밀유지의무와 고지의무, 의사가 법원에 증인으로 소환되어 환자의 비밀에 관하여 신문을 받아 답변할 경우는 의사가 환자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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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진 내시경을 시행했는데, 시술 중 우연히 십이지장 궤양 현성 출혈이 발견되었습니다. 환자는 진정 내시경을 받아 의식이 없고 보호자는 연락되지 않아 일단 응급 지혈술은 시행하였고, 추후 환자에게 동의를 받으려고 합니다. 추후 환자가 항의할 경우, 법률상 문제는 없는지요? 이런 경우 동의서 면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지요?
응급상황에서 동의가 어려운 경우 사후 설명의 근거자료가 있다면 추정적 동의가 인정되어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습니다.
의학적 시술을 하다가 예상하지 못한 추가 시술이 필요한 경우가 발생할 때가 있습니다.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이고, 보호자마저 연락이 안 되고, 추가 시술이 불가피한 경우는 일단 시술을 하고 나서 사후에 해당 사항을 설명하고, 설명하였다는 근거자료를 남겨 둔다면 이는 환자의 추정적 동의가 인정될 수 있는 사안이므로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현재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지만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발생하여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설명의무위반을 근거로 일부 위자료 배상을 하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시술 전에 의학적으로 예상이 가능한 내용이라면 시술에 들어가기 전에 예상 가능한 상황을 미리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두는 것이 안전하겠습니다.
법무법인 의성 이동필 변호사
• 내시경 시술 전 출혈, 천공에 대한 설명 및 동의서를 받고 시술을 시행하였는데 우발증이 발생한 경우 의사의 책임 정도는 얼마나 되나요?
우발증 발생 시의 의사의 책임 여부는 설명의무 이행 여부와 별도로 과실 여부에 따라 판단됩니다.
일반적으로 사전‘설명, 동의’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절차이고 동의서는 설명의무를 이행하였음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자료가 되며, 의료과실 여부는 별도로 판단합니다. 즉 ‘설명, 동의’가 있었다고 하여 의사의 과실까지 면책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설명, 동의’가 있었고 우발증이 발생하였는데, 그 우발증이 ‘의사의 과실’에 의해 발생하였다면 우발증에 대해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반면에 우발증이 ‘의사의 과실 없이,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였다면 우발증에 대해 법적 책임이 없고, 설명의무위반 역시 인정되지 않을 것입니다.
법무법인 의성 이동필 변호사
• Major revision때 큰 도움을 받게 된 연구자 분이 있습니다. 논문이 게재 허가된 후에 공동저자에 추가할 수 있나요?
학술 연구 결과물의 저자가 된다는 것은 기여(contribution), 책임(responsibility), 합의(agreement)라는 3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논문 투고 후 동료심사자의 심사 의견이나 편집위원의 검토 의견에 대해 누군가가 기여를 했는데 그 기여의 내용은 위에서 언급한 저자가 될 수 있는 요건에 부합한 것이라면 저자로 등재될 수 있다고 봅니다.
학술 연구 결과물에서 누가 저자가 될 수 있는가의 기준, 즉 저자자격(authorship)에 대해 연구자, 연구기관, 학술 단체 등 저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해당 연구에 실질적인 지적 기여(substantially intellectual contribution)를 하고, 연구진실성에 대한 책임을 지며, 연구자 간에 저자로 표기되는 것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개인을 말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한 학술 연구 결과물의 저자가 된다는 것은 기여(contribution), 책임(responsibility), 합의(agreement)라는 3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여기서 1) ‘기여’란 연구의 기획 및 설계, 데이터 수집·분석·해석, 논문 초고 작성 등 해당 연구에 실질적으로 지적인 공헌을 하는 것이고, 2) ‘책임’이란 자신이 수행한 연구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에 동의하며, 3) ‘합의’란 연구진 간에 저자로 표기되는 것에 대한 협의를 통해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진 것을 말합니다.
저자가 될 수 있는 핵심적 요건인 해당 연구에서의 ‘실질적인 지적 기여(substantially intellectual contribution)’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학문 분야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 국제의학술지편집인위원회(The International Committee of Medical Journal Editors, ICMJE)의 저자자격에 대한 기준이 가장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다른 학문 분야에서는 이 기준을 토대로 각 학문 분야의 특성을 고려하여 저자자격의 기준을 정하여 실행하고 있습니다. ICMJE에 의하면, 저자란 ⅰ) 연구의 착상과 계획, 자료를 수집‧분석‧해석하는데 실질적으로 기여(substantial contribution)를 한 사람, ⅱ) 논문의 초안을 지적으로 중요한 내용에 대해 비판적으로 수정한 사람, ⅲ) 출판될 논문의 최종본을 승인한 사람 ⅳ) 연구 내용의 정확성 또는 진실성과 관련한 물음에 대해 적절하게 검증하고 해결함으로써 연구의 모든 측면에 책임을 지는 것에 동의한 사람을 말합니다(https://www.icmje.org/recommendations). 물론 저자가 되는 것과 관련하여 이러한 요소들 중 모든 경우를 다 만족시켜야 하는가, 아니면 일부 요소를 만족시키지 못하더라도 가능한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ICMJE에 따르면, 위의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에만 저자자격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ICMJE에 따르면, 연구 데이터를 제공한 자, 연구 데이터를 수집한 자, 연구 그룹에서 기술을 지도한 자(technician, operator), 실험실 공간 또는 연구 장비를 제공한 사람, 연구비를 받는 데 기여한 사람, 연구팀이나 그룹을 총 지휘한 사람들은 저자에 포함시키지 않고 후기나 감사의 글(acknowledgments)에서 그 공로를 표시해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질문에서처럼, 논문 투고 후 동료심사자의 심사 의견이나 편집위원의 검토 의견에 대해 누군가가 기여를 했는데 그 기여의 내용은 위에서 언급한 저자가 될 수 있는 요건에 부합한 것이라면 저자로 등재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도움을 주었지만 그것이 저자로 등재될 수 있는 정도의 중요한 지적 기여가 아니라면 저자로 등재할 것이 아니라 감사의 글에서 언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논문 수정 과정에서 저자자격 기준을 충족한 역할을 한 사람을 저자로 등재하기 위해서는 교신저자가 주도하여 해당 사항을 다른 공저자들에게 알리고 동의를 받고 학술지 편집인에게 저자 변경을 신청하여 최종 승인을 받게 되면 저자로 등재할 수 있습니다.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이인재 교수
• 진료 중에 알게 된 미성년 환자의 중대한 진료 비밀을 직계 가족 보호자에게 알리는 것은 문제가 없나요?
환자 이외의 사람에게는 환자의 건강상태 등 환자 진료 정보를 제공해서는 안됩니다. 환자 본인의 승낙이 있거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밝혀야 할 경우, 평등권에 근거한 비밀유지의무와 고지의무, 의사가 법원에 증인으로 소환되어 환자의 비밀에 관하여 신문을 받아 답변할 경우는 의사가 환자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합니다.
원칙적으로 환자 본인 외의 사람들에게 환자에 관한 진료 정보를 제공해서는 안됩니다. 환자의 개인정보는 환자 본인이 수집 및 이용 목적·항목, 제공받는 자 등을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환자의 개인정보는 무의식 중에서라도 발설·공개되거나 학회 발표 및 홍보를 위해 허락 없이 환자의 사진을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비록 환자의 중대한 진료 비밀을 직계 가족 보호자에게 알리는 것이 환자를 위해 필요하다고 해도 환자의 자발적인 동의 없이 의사가 임의적으로 결정하여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환자 이외의 사람에게는 환자의 건강상태 등 환자 진료 정보를 제공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경우는 의사가 환자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 환자 본인의 승낙이 있거나 전염병과 같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밝혀야 할 경우(비밀 보호에 의한 환자의 이익과 다른 사람에의 감염의 위험성을 비교하여 다른 사람의 건강권이 더 크다고 보일 때), 둘째, 평등권에 근거한 비밀유지의무와 고지의무, 의사가 법원에 증인으로 소환되어 환자의 비밀에 관하여 신문을 받아 답변할 경우(환자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비교해서 발언을 결정하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이 이외 대부분의 경우에는 환자가 했던 이야기나 진료 기록, 환자의 개인 정보에 대해서는 함부로 공개해서는 안 됩니다.
의료법 21조의 열람 또는 사본의 교부 허용 사유 가운데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거나 그 사본을 교부 받는 등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의료법 21조에 명시된 열람 또는 사본 교부 등의 허용 사유는 ① 환자의 배우자, 직계 존속·비속 또는 배우자의 직계 존속이 환자 본인의 동의서와 친족 관계임을 나타내는 증명서 등을 첨부하는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추어 요청한 경우 ② 환자가 지정하는 대리인이 환자 본인의 동의서와 대리권이 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첨부하는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추어 요청한 경우 ③ 환자가 사망하거나 의식이 없는 등 환자의 동의를 받을 수 없어 환자의 배우자, 직계 존속·비속 또는 배우자의 직계 존속이 친족 관계임을 나타내는 증명서 등을 첨부하는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추어 요청한 경우를 비롯해 국민건강보험법, 의료급여법, 형사소송법, 병역법 등 법률에 따라 해당 대상에 관련 정보를 제출해야 하는 경우입니다.
이와 같이 환자의 중대한 진료 비밀을 직계 가족이라 할지라도 환자의 동의없이 무단으로 알리지 않아야 하는 원칙은 중·고등학생처럼 미성년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복통으로 보호자와 함께 내원한 중·고등학생이 골반염이나 성병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드물지만 발생한 경우 의사가 보호자에게 진료 내용을 알려야 할까? 아니면 환자의 치료 결정권 존중 및 비밀 유지를 위해 알리지 않아야 할까? 라는 갈등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의사는 보호자에게 알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될 경우, 청소년 환자에게 진료 정보를 보호자에게 제공해야 함을 충분히 설명하여 이에 대한 동의를 얻거나 숙고를 통해 환자의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예외 사항에 해당될 경우 보호자에게 알릴 수 있다고 봅니다.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이인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