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임상상황을 윤리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도구로는 철학자 Jonson, 의사 Siegler, 변호 사 Winslade가 함께 고안한 4가지 기준이 있다. 첫 번째 의학적 표지(Medical Indication), 즉 의사의 진단, 예후, 치료 대안, 치료 목적의 평가 등을 검토하고, 두 번째로 환자의 선호를 파악해야 한다. 환자의 원의와 환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최선의 치료과정을 결정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하고 네 번째 로는 가족, 법, 문화, 병원 정책, 재정문제 등을 살피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임상 현장에서 이런 윤리적 고려를 심도 깊게 할 만한 여유가 없다는데 있다. 요양병원보다 정신병원이나 일반병원 중환자실에서는 상대적으로 돌발적인 상황을 만날 우려가 크다. 의료진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환자나 소란을 피우면서 자신이나 다른 환자의 치료행위를 방해하는 환자를 두고 매번 현장에서 윤리위원회를 개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개별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윤리적 기준 내지는 지침을 생각해 보자. 앞서 언급한 Jonson, Siegler, & Winslade의 임상 윤리 기준을 관통하고 있는 핵심은 환자의 자율 성을 존중하라는 것이고, 억제대 적용의 윤리적 쟁점이 자율성 존중의 원칙과 온정적 간섭 주의의 충돌에 있음을 감안할 때, 개별 상황에서 감안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지침은 가능한 환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가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의료인은 억제대 의 적용에 앞서 환경 교정(environmental manipulation), 단계적 축소(de-escalation), 신체 억제대 적용, 진정 약물의 투입 순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경 교정은 환자의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는 차분한 분위기의 장소로 이동하거나, 다른 환자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잠시 격리하는 것을 말한다. 단계적 축소는 환자의 의사 표현에 집중해 주는 것, 경청하는 것,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는 것 등의 방법을 통해 치료에 순응할 태도를 갖게 하는 것이다. 이런 시도들이 실패했을 때 비로소 신체억제대를 적용 하고, 진정 약물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한 신체억제대를 적용하게 되는 경우에 반드시 환자나 가족의 사전 동의를 받는 것이 자율성 존중의 원칙을 지키는 중요한 방법이 된다.
신체억제대는 요양병원 뿐만 아니라 일반병원에서도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하는 등의 문제 행동을 제어하는 중요한 수단이며, 환자 자신의 더 큰 이익을 위해서 적용하는 한 온정적 간섭주의를 토대로 용인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신체억제대의 남용으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근본적으로 억제대의 적용은 환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며 의학적 부작용이 따르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우선 신체억제대는 환자에게 부동(immobilization)에 의한 합병증, 즉 폐렴, 욕창, 심부정맥 혈전증(deep-vein thrombosis) 등을 동반할 수 있으며 타박상, 찰과상, 연조직염, 심지어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Berzlanovich, Schoepfer, & Keil, 2012). 정신적으로도 두려움, 불안, 억압감 등의 스트레스를 주고, 인지 기능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억제대의 부작용은 환자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의료인도 억제대를 적용할 때 슬픔, 죄책감, 갈등, 징벌, 동정 등과 같은 부정적 정서를 경험하며(Chung & Huang, 2007), 가족 역시 충격, 분노, 불안과 같은 정서적 위기에 노출된다(Lee, Ha, & Kang, 2008).
뿐만 아니라 억제대 적용은 중환자실 증후군의 발생을 높이기도 한다. 중환자실 증후군 (Intecsive care unit syndrome)은 중환자실에서 급작스런 발병을 특징으로 발생하는 일시적인 기질적 정신 증후군으로 인지 기능의 장애, 의식수준의 저하, 주의력의 감소, 정실활동의 증가 또는 감소, 수면리듬의 장애를 나타내는데(Price, 2004), 억제대를 하고 있고, 통증이나 진정 약물의 투여, 노인환자, 병의 상태가 심각한 경우에 더 많이 발생한다. (Thomason et. al., 2005)
결론적으로 억제대는 유용하나 최소한으로 억제해서 적용해야할 방법이다. 의사의 처방(1일 1회 처방 원칙)을 토대로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사용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사전동의를 받는 과정을 거친 다음, 의료진의 편의 때문이 아니라 환자의 더 큰 선익을 위해서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임을 유념해야 하겠다.